자기 자리가 있다.
우편함이 있는 선원 입구로 들어서면, 향수의 매혹적이고 은은한 냄새가 자극한다. 며칠이 지나도록 향수 냄새가 어딘지 몰랐다. 나중에야 우편함 옆 금목서로 알게 되었고 방문한 수행자 중 한 명이 금목서를 보더니, 꽃이 샤넬 향수의 원료라고 알려주었다. 이후부터는 육지에서 온 수행자들에게 확인 없이 금목서를 똑같이 설명한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외출하여 재가자 집 방문은 서귀포 사는 소웅(안계희 수행자) 집뿐이다. 가족을 오래전부터 알기에 핏줄처럼 반갑게 맞이하며 지낸다.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스님을 보고 싶어 하는 해맑고 청순한 안유진이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한 해에 한 번 되나마나 하니, 방문 횟수보다 선원 찾아온 횟수가 더 많다.
소웅은 오래전부터 나무 농장에 제주 삶을 쏟아부었다. 그때는 나무 이야기를 해줘도 연관이 없어 기억됨이 없다. 하지만 새 법당을 준비하면서 나무가 필요했고, 그래서 소웅과 조경을 의논했다. 올 8월 재무가 제주 왔을 때 농장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소웅은 이때 이 나무는 은목서로 저 나무는 금목서로 향기는…. 잎은…. 크기는…. 저 나무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등 이야기하면서 이 나무는 선원에 보시할 나무로 남겨 둔 것이다. 저 나무도 스님 마음에 들면 보시하고자 한다. 내심 고마움과 기쁨이 일어났다. 이날 말들은 더 자세하게 기억되는 말만 있다.
지난 일요일(3월 23일) 수령 35년이 넘고 크기가 4m 되는 금목서와 은목서, 야자 나무과인 당종려와 뷰티아 야자, 맵시 있는 소나무, 선원 입구에 4~5m 길이 벗나무가 서귀포 소웅 농장과 다른 곳에서 보리수 선원 부지와 불상 안치할 자리에 도착했다. 경계는 꽃댕강이 좋다 하여 이 묘목으로 미리 확정했는데 선원 경계 구역을 꽃단장하려면 약 500그루가 필요한데, 300그루밖에 확보 못 해 이날 식재는 못했다.
대신 안유진 나무인 수령 30년이 넘은 재래종 동백나무가 왔다. 동백꽃은 필 때는 화려하여 좋지만 질 때는 측은하고 가련한 모습이지만, 이 동백은 필 때는 소박하면서 옹골지게 피고 질 때는 깨끗하게 진다고 한다. 이 동백은 소웅 농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태가 좋아 직접 샀다 한다. 이 동백을 안유진 수행자가 선원에 동백 구매비로 사용해도 좋다고 하여 저금통을 깨어 마련했기에 당당히 기쁘게 앞장서서 왔다. 뜻깊고, 기억하고 싶은 동백이다.
소웅은 “농장에 있는 것보다 앞서 불상 뒤에 금목서가 자리하고 있으니 너무 잘 어울리고, 나무가 제 자리를 찾았기에 좋습니다.”라며 다시 기뻐한다.
현재 집중수행처(법당) 공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외형은 단순한 건물이지만, 과정은 하나하나의 건축재료와 12명의 전문가가 마치 태엽 시계의 부속품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인다. 각자의 역할이 충실히 이루어진 결과로 건물이 튼튼하고 보기 좋게 완성되고 있다. 건축 과정이 어떻게 하나의 못이 다음 자재와 연결되고, 조화롭게 만나는지 호기심이 인다.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니, 각기 자기 자리가 있다. 옆에 있을 것은 옆에, 위에 있을 것은 위에, 밑받침은 밑에 있어야 하고, 중심은 가운데에서 제 역할을 한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을 때 제 역할을 한다. 제 자리의 정확한 위치를 있게 해주는 분을 전문가라 한다.
자신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먼저 자신의 쓰임새를 알아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약하면 강함이 도와주고, 중심을 잡지 못하면 든든함이 주변을 감싸야 한다. 정확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할 10가지가 있다.
10곳의 정확한 제 자리(선업)
① 보시는 선업 짓는 행위로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② 지계는 행동과 말을 바르게 하여, 자기 수행이 안전하고 발전으로 가는 선업 행위로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③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은 산업을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베풂·지계·수행 이 세 가지 바탕이 올바르고 정확한 제 자리 선업이다.
④ 붓다 앞, 스님들 앞, 혹은 서로 간에 존중하고 공손하게 대한다.
말과 행동을 조심히 하여 공경하고 귀중히 여기며 존경하는 곳이 선업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⑤ 붓다께 봉사하고 모심이 선업을 얻는 기본적인 정확한 제 자리 선업이다.
⑥ 자기가 쌓은 선업을 상대에게 회향도 선업을 쌓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⑦ 다른 이가 회향한 선업을 기뻐하며, 사두(훌륭합니다)도 선업을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⑧ 공손한 태도로 법 경청도 선업을 얻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⑨ 붓다께서 설하신 법을 상대가 알 수 있게 하는 말도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⑩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선업을 얻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법을 듣고, 법을 설하는 선한 행위가 생기면 바른 견해는 저절로 따라온다.
바른 견해란
- 선업은 선업으로 알고 불선업은 불선업으로 아는 것.
- 위빠사나 수행자에게서만 생기는, 물질 현상과 정신 현상을 구분하여 분명히 아는 것.
이 열 가지 선업 법을 실천하는 행위가 정확한 제 자리이다. 열 가지를 하지 않으면 괴로움과 고통, 불행이 일어나는 부적절한 자리이다.
금목서(가운데)와 은목서(양 바깥)
금목서 작업
동백나무
안유진 글
종려 나무 (풍차야자)
과천·합천·제주 통합번호 064-744-2841
vip-borisu@hanmail.net
자기 자리가 있다.
우편함이 있는 선원 입구로 들어서면, 향수의 매혹적이고 은은한 냄새가 자극한다. 며칠이 지나도록 향수 냄새가 어딘지 몰랐다. 나중에야 우편함 옆 금목서로 알게 되었고 방문한 수행자 중 한 명이 금목서를 보더니, 꽃이 샤넬 향수의 원료라고 알려주었다. 이후부터는 육지에서 온 수행자들에게 확인 없이 금목서를 똑같이 설명한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외출하여 재가자 집 방문은 서귀포 사는 소웅(안계희 수행자) 집뿐이다. 가족을 오래전부터 알기에 핏줄처럼 반갑게 맞이하며 지낸다.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스님을 보고 싶어 하는 해맑고 청순한 안유진이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한 해에 한 번 되나마나 하니, 방문 횟수보다 선원 찾아온 횟수가 더 많다.
소웅은 오래전부터 나무 농장에 제주 삶을 쏟아부었다. 그때는 나무 이야기를 해줘도 연관이 없어 기억됨이 없다. 하지만 새 법당을 준비하면서 나무가 필요했고, 그래서 소웅과 조경을 의논했다. 올 8월 재무가 제주 왔을 때 농장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소웅은 이때 이 나무는 은목서로 저 나무는 금목서로 향기는…. 잎은…. 크기는…. 저 나무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등 이야기하면서 이 나무는 선원에 보시할 나무로 남겨 둔 것이다. 저 나무도 스님 마음에 들면 보시하고자 한다. 내심 고마움과 기쁨이 일어났다. 이날 말들은 더 자세하게 기억되는 말만 있다.
지난 일요일(3월 23일) 수령 35년이 넘고 크기가 4m 되는 금목서와 은목서, 야자 나무과인 당종려와 뷰티아 야자, 맵시 있는 소나무, 선원 입구에 4~5m 길이 벗나무가 서귀포 소웅 농장과 다른 곳에서 보리수 선원 부지와 불상 안치할 자리에 도착했다. 경계는 꽃댕강이 좋다 하여 이 묘목으로 미리 확정했는데 선원 경계 구역을 꽃단장하려면 약 500그루가 필요한데, 300그루밖에 확보 못 해 이날 식재는 못했다.
대신 안유진 나무인 수령 30년이 넘은 재래종 동백나무가 왔다. 동백꽃은 필 때는 화려하여 좋지만 질 때는 측은하고 가련한 모습이지만, 이 동백은 필 때는 소박하면서 옹골지게 피고 질 때는 깨끗하게 진다고 한다. 이 동백은 소웅 농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태가 좋아 직접 샀다 한다. 이 동백을 안유진 수행자가 선원에 동백 구매비로 사용해도 좋다고 하여 저금통을 깨어 마련했기에 당당히 기쁘게 앞장서서 왔다. 뜻깊고, 기억하고 싶은 동백이다.
소웅은 “농장에 있는 것보다 앞서 불상 뒤에 금목서가 자리하고 있으니 너무 잘 어울리고, 나무가 제 자리를 찾았기에 좋습니다.”라며 다시 기뻐한다.
현재 집중수행처(법당) 공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외형은 단순한 건물이지만, 과정은 하나하나의 건축재료와 12명의 전문가가 마치 태엽 시계의 부속품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인다. 각자의 역할이 충실히 이루어진 결과로 건물이 튼튼하고 보기 좋게 완성되고 있다. 건축 과정이 어떻게 하나의 못이 다음 자재와 연결되고, 조화롭게 만나는지 호기심이 인다.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니, 각기 자기 자리가 있다. 옆에 있을 것은 옆에, 위에 있을 것은 위에, 밑받침은 밑에 있어야 하고, 중심은 가운데에서 제 역할을 한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을 때 제 역할을 한다. 제 자리의 정확한 위치를 있게 해주는 분을 전문가라 한다.
자신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먼저 자신의 쓰임새를 알아 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약하면 강함이 도와주고, 중심을 잡지 못하면 든든함이 주변을 감싸야 한다. 정확히 자리 잡고 있어야 할 10가지가 있다.
10곳의 정확한 제 자리(선업)
① 보시는 선업 짓는 행위로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② 지계는 행동과 말을 바르게 하여, 자기 수행이 안전하고 발전으로 가는 선업 행위로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③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은 산업을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베풂·지계·수행 이 세 가지 바탕이 올바르고 정확한 제 자리 선업이다.
④ 붓다 앞, 스님들 앞, 혹은 서로 간에 존중하고 공손하게 대한다.
말과 행동을 조심히 하여 공경하고 귀중히 여기며 존경하는 곳이 선업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⑤ 붓다께 봉사하고 모심이 선업을 얻는 기본적인 정확한 제 자리 선업이다.
⑥ 자기가 쌓은 선업을 상대에게 회향도 선업을 쌓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⑦ 다른 이가 회향한 선업을 기뻐하며, 사두(훌륭합니다)도 선업을 얻을 수 있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⑧ 공손한 태도로 법 경청도 선업을 얻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⑨ 붓다께서 설하신 법을 상대가 알 수 있게 하는 말도 정확한 제 자리이다.
⑩ 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 선업을 얻는 정확한 제 자리이다.
법을 듣고, 법을 설하는 선한 행위가 생기면 바른 견해는 저절로 따라온다.
바른 견해란
- 선업은 선업으로 알고 불선업은 불선업으로 아는 것.
- 위빠사나 수행자에게서만 생기는, 물질 현상과 정신 현상을 구분하여 분명히 아는 것.
이 열 가지 선업 법을 실천하는 행위가 정확한 제 자리이다. 열 가지를 하지 않으면 괴로움과 고통, 불행이 일어나는 부적절한 자리이다.
금목서(가운데)와 은목서(양 바깥)
금목서 작업
동백나무
안유진 글
종려 나무 (풍차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