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살고 있으니, 중요한 것을 찾음 – 141

보리수 스님
2025-07-14

1. 팬데믹의 잔상

거리를 걷다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어 있는 상가와 빛바랜 ‘임대’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후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시 시작된 호흡기 질환 소식도 들린다. 

  한국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왔지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더 많은 희생자를 남기며 전 세계를 고립시킨 전대미문의 위기를 불러왔다. 누구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여겨지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 곳곳에 깊이 남아 있다.

 

인류에게 가장 좋았던 시절은 과연 언제였을까? 그런 시절이 실제하기는 했을까.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극빈층 인구 비율이 뚜렷하게 감소했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전쟁은 줄고, 세계화는 경제와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연장되었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물질적 풍요가 일상 깊숙이 스며들며, 문명의 정점을 누린 듯싶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사회 계층 간 갈등과 불평등, 환경 파괴, 정신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예민하고 불안정해졌다. 


2. 원시시대와 현재 문명, 무엇이 더 나은가

일부 인류학자들은 오히려 원시 수렵채집 시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평등하고 스트레스가 적었던 시절로 본다. 모두가 비슷한 위치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질병과 기아, 짧은 수명으로 삶의 질은 절대 높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단순함과 공동체적 유대가 있었고, 오늘날에는 물질과 기술의 풍요가 있다. 어느 가치를 더 중시하느냐—자유, 평등, 기술, 안정—에 따라 각자가 기억하는 ‘가장 좋았던 시절’은 다르게 그려진다.

 

불교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좋은 시절은 특정한 시대나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깨어 있는 삶 가운데 있다고. 


3. 팬데믹이 드러낸 몸과 마음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경험은 동시에, 우리가 ‘실제’—곧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되묻게 한 계기였다. 팬데믹이 우리 삶과 인식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팬데믹은 생명의 소중함, 죽음, 고통, 불안과 같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 앞에 가감 없이 드러냈다. 병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슬픔, 감염에 대한 두려움, 격리된 일상에서의 외로움—이 모든 것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겪는 실재였다. 우리는 이 경험을 통해 ‘나’와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팬데믹은 우리가 집착하던 이름, 지위, 직업, 역할을 넘어서서 불안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연결 같은 본질적 현실에 관심 갖게 했다. 격리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불안,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은, 어떤 명칭이나 사회적 위치보다 더 근본적인 삶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는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게 한 뜻깊은 전환점이었다. 


4. 직함과 지위는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

팬데믹은 사회적 역할, 명예, 직함 등이 위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평소엔 “대표이사”, "유명인”, “큰 집” 같은 명칭이 사람을 규정하는 듯 보였지만, 감염병 앞에서는 그 어떤 직함도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오히려 생명의 연약함, 가족을 향한 사랑, 고통 속에서 연대 같은 실재적 가치가 더욱 또렷이 드러났다. 그제야 우리는 많은 허상에 집착하고 있었는지를 절감했다. 팬데믹은 명칭이나 지위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진정한 의미는 생명과 감정,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깊이 일깨워주었다.

 

위기의 순간은 진정으로 중요한 것감정, 고통, 생명과 그렇지 않은 것사회적 지위, 명칭을 자연스럽게 가려내게 한다. 병상에 누운 환자의 고통은 누구에게나 같이 주어지는 공통된 현실실재이다. 반면, 우리가 애써 쌓아 올린 “성공”이나 “명성”은 팬데믹이라는 시험대 앞에서 한낱 허상처럼 무너졌다.

 

불교는 실재빠라맛타 담마, 궁극적 진리와 비실재사뭇띠 담마, 관습적 진리를 구분한다. 팬데믹은 우리로 하여금 이 차이를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게 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 계기로 진정한 가치에 눈뜨고, 겉모습과 관념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5. 삶의 우선순위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순한 전염병 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 중요한 것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 심오한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생명, 감정, 고통 같은 본질적 현실을 온몸으로 마주했고, 사회적 명칭이나 역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목격했다. 팬데믹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었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 경험이, 일상 속 수많은 집착에서 벗어나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지혜로 이어졌으면 한다. 팬데믹은 비극이었지만, 동시에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 아마 생애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귀중한 계기였다.





5 0

보시 계좌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 KB국민은행

법보시      
수행참가보시 
선원운영보시 
불사보시    
소년소녀가장 

231437-04-008659
231437-04-008688
231437-04-008646
231437-04-008662
231437-04-008675


선원 문의

 과천·합천·제주 통합번호  064-744-2841

vip-borisu@hanmail.net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63064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 2024.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All Rights Reserved


선원 문의

오시는 길


보시 계좌


 전화 문의

과천 · 합천 · 제주 통합번호

064-744-2841

 메일 문의

vip-borisu@hanmail.net

과천 선원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뒷골 2로 15

합천 선원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충효로 64

제주 선원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 KB국민은행

 법보시(출판물)
 수행참가보시
 선원운영보시
불사보시
 소년소녀가장 

 231437-04-008659
 231437-04-008688
 231437-04-008646
 231437-04-008662
 231437-04-008675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63064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광령리)


ⓒ 2024.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