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화살. – 76

보리수 스님

2024-04-16

한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았다. 화살은 보통의 화살이 아니라 독이 묻은 화살이다. 마침 지나가던 마을 친구들이 발견하여 황급히 화살을 뽑으려 하자, 독화살 맞은 사람이 뽑지 말라고 했다. 화살 쏜 사람이 누구인지, 왜 쐈는지 알기 전에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더하여 그 독은 무슨 독인지 알기 전에는 뽑아서는 안 되며, 그 뿐 아니라 화살대는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 깃은 어떤 털로 만들었는지, 활촉은 어떤 쇠로 만들었는지 알기 전에는 뽑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난 동기와 까닭을 우리는 궁금해 한다. 그런 일이 왜 하필 나에게 일어났는지, 무엇 때문에 나에게 그랬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궁금한 것 전에 먼저 독이 퍼지지 않게 제거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알기 전에 독이 퍼져 죽을 것이다.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던진 곳으로 달려가고,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사자는 던진 사람에게 달려간단다. 개는 결과에서 해결하고자 하고, 사자는 원인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원인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원인은 반드시 결과를 일으킨다. 그 결과는 다시 원인을 일으키고 그 원인으로 결과가 생기고, 그 생긴 결과는 다시 원인을 일으킨다. 이것(원인)이 있기에 저것(결과)이 있다. 저것(결과)이 없으면 이것(원인)도 없을 것이다. 동기를 아는 것이 먼저인가 아니면 뽑는 것이 먼저인가? 생명에 급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누구인지, 왜 쐈는지, 무슨 독인지를 아는 것은 독화살을 뽑고 난 다음에 알아도 된다.

사실 우리는 오늘, 지금도 독화살을 끊임없이 맞고 있다. 탐심의 독화살, 성냄, 교만, 질투, 인색, 후회, 들뜸, 증오, 의심, 어리석음, 이기심, 인색, 슬픔, 우울, 자만, 걱정, 근심, 불안, 긴장, 게으름을 모르는 독화살을 맞고 있다. 어쩌면 어리석기에 독화살을 찾아다니면서 맞고 있는지 모른다. 독화살을 맞았을 때, 먼저 뽑고자 하는지 아니면 이유, 원인 등을 알고자 하는지? 뽑고자 하는 것은 사자(원인)처럼 하는 일이고, 사연을 알고자 하는 것은 개(결과)처럼 하는 일이다.

먼저 독화살을 뽑지 않는다면 독이 퍼져서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정신은 매우 거칠어 뜨겁게 된다. 성냄이 일어나면 ‘왜 나를 무시하지?’, ‘무엇 때문에 나를 싫어하지?’로 생각한다면 독화살의 연유에 대해 알려는 것이다. 성냄이 일어나면 ‘성냄’이라고 있는 그대로 지켜보아 성냄이 사라지는 것을 볼 때가 독화살을 뽑는 것이다. 들으면 ‘들음’으로, 보면 ‘봄’으로, 생각하면 ‘생각’으로 지켜보는 것이 독화살을 뽑는 것이다.

현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 분명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는 법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동기와 까닭, 이유, 사연, 사유, 계기에 대해서 먼저 알고자 한다면, 먼저 해야 할 해결을 놓쳤기에 괴로움, 후회, 걱정으로 삶을 살다가 죽게 될 것이다.

＊보리수선원의 구성과 운영 (붓다락키따)

- 합천, 과천, 제주 선원에 각각 다사(종, 시중)가 새로 온 수행자들, 기존 수행자들 뒷바라지를 합니다.

- 보리수선원에는 10명의 기둥이 화합, 의견 나눔, 선원 지킴이 등 많은 일을 합니다.

- 다사는 각 선원의 시설 관리와 정리정돈, 수행자들을 지원하며, 기둥은 세 선원을 아우릅니다.

- 다사와 10명의 기둥이 앞날의 계획, 추진 등 의견을 제안하면, 의사결정은 일차로 법인 이사가 하고 최종 스님의 승낙으로 진행합니다.

- 새 홈페이지가 한정민 수행자의 작품으로 4월 20일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