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인형들이 있다. 그 중에 마리오네트는 줄로 조정하는 인형극이다. 어쩌면 위빠사나 지혜처럼 인형이 움직인다. 인형에 달리 줄이 많을수록 인형은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움직인다. 손가락 마디가 각각 다르게 움직이거나 눈을 껌뻑이고 눈동자까지 움직이며 여러 표정으로 개성을 나타낸다. 자연히 움직임이 분명하고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멈춤이 있기에 동작들이 더 명확하여 시선을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둔다. 검은 복장을 한 조정자가 그 많은 줄을 열 손가락으로 위에서 모든 것을 조정한다. 글자판에서 열 손가락 중 어느 손가락이 움직이는가에 따라 다른 글자가 되듯이 어느 손가락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재채기도 하고 하품도 하고 남을 돕기도 하고 정의를 위해 처절한 싸움도 한다.

 인형극에 따라 많은 성격의 인물이 있듯이 우리도 마리오네트처럼 살지 않나 한다.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인물의 줄이 있는가 보라. 아들 딸이란 줄, 삼촌 이모 고모라는 줄, 부모라는 줄, 선생 학생이란 줄, 과장 부장이란 줄, 질투라는 줄, 점잖음 겸손이란 줄, 웃음이란 줄, 아만이란 줄, 우울이란 줄, 슬픔이란 줄, 낮은 자존감이란 줄, 스트레스라는 줄, 아는 척하는 줄, 대부분 서툴게 움직이지만 때로는 연기자처럼 아는 척 행동하는 줄 등, 줄을 엄지가 아니라 약지로 조금만 위로 당기고 조금 늦추는 것에 따라 인형은 앉았다 일어선다. 집에서 자식의 줄을 당기면 자식이 되어 움직이고, 회사에서는 과장이란 줄을 당기면 과장이 되어 움직이고, 겸손의 줄을 당기면 겸손해지고, 슬픈 줄을 당기면 슬퍼하고 화나는 줄을 당기면 화를 낸다. 용감하기도 하고 새침도 떤다. 이렇게 한 인형에 달린 줄이 많을수록 인형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아니, 사람도 인형처럼 줄이 많을수록 다양하고 정교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때로는 줄을 잘못 당길 때가 있다. 성내지 말아야 할 장면에서 성내거나 질투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질투하거나 인색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인색할 때이다. 이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자연스러울 정도로 움직이고 어떤 동작과 모든 역할을 하다 보니 인형이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다. 줄에 의해 꼭두각시가 인형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줄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처럼 사람도 내가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나 줄(정신적 의도)에 의해 움직일 뿐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움직인다면 필요한 움직임과 상대에게 좋은 움직임(말과 행동)만 있어야 한다. 움직임으로 실수나 잘못되거나 다치지 않아야 한다. ‘나’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내’ 소유가 되어야 내가 움직이는 거다. 인형은 단지 인형이고 움직임은 의도로 일어난 결과인 움직임일 뿐이다. 탐욕이란 줄, 성냄이란 줄, 어리석음이란 줄, 집착이란 줄에 따라 괴롭고, 슬프고, 즐겁고 고요하고 행복이란 줄이 이어져 움직인다.

 바른말과 행위는 조정자(마음)가 줄을 실수하거나 잘못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고, 집중은 줄을 조정하는 자가 정확하게 움직이게 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기에 집중 상태에서는 움직이지 않으며, 지혜는 조정자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지혜롭게 움직이며, 닙바나(열반)는 모든 줄을 끊는 것이다. 줄이 끊어졌기에 줄을 조정하는 자(갈애와 어리석음)가 아무리 조정하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정자의 우두머리가 어리석음이고, 부 우두머리가 탐욕과 성냄이고, 이들의 친한 친구가 갈애와 집착 등이며 이들을 따라다니는 졸개들이 사견, 자만, 근심, 걱정, 슬픔, 우울, 스트레스, 불안, 긴장, 무시, 경쟁, 질투, 인색, 게으름 등으로 괴로움이 생긴다.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은 이것의 역순이다.

＊올해 안으로 제주선원의 [수행홀] 건립을 완료하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강응길, 윤승미 수행자 부부가 추가로 3,000만원을 보시했습니다. 사-두 사-두 사-두.

＊누적된 불사보시금으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관련 소식은 따로 전하겠습니다.

선원 소낭밭의 고사리 (소나무 밭) 

불사보시금 누적현황(24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