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의 힘. – 66

 자기가 원하는 일이 성공하고, 정신이 계발되어 성장하고 가정이 화목해지려면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최대로 발휘해야 한다. 게으름으로 주춤하고 미루면 지난날 자기보다 한걸음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을 최대로 하다 보면 반드시 힘듦, 장애, 역경, 좌절, 악조건 등과 어김없이 만난다. 이런 것을 안 만나고 성장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특히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럼 이런 것들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나무 중 휘지 않고 똑바른 나무 중 으뜸이 대나무이다. 물론 대나무는 나무가 아닌 여러 해 살이 풀이지만. 어떻게 저렇게 곧고 빨리 성장할 수 있을까? 그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하루마다 길이가 다르다. 곧고 빠르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디 때문이 아닐까? 대나무는 마디로 성장하는 것 같다. 성장하다가 시련, 힘듦 등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마디를 만든다. 마디가 있기에 곧고 튼튼하다. 마디는 밑과 위의 연결이면서 철저한 단절이며 새로운 토대가 된다.

 마디는 욕심내어 두 마디, 세 마디의 길이로 성장하지 않고 다음 마디까지만 성장한다. 자라다 힘들거나 장애, 악조건을 만나면 마디를 만들어 앞으로 성장할 발돋움을 구축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움직인다. 마치 높은 산을 오를 때 한 번에 오를 수 없기에 베이스캠프를 근거지로 삼는 것처럼. 한 마디가 끝까지 자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 마디까지만 자란다. 끝까지 자라면 좋겠지만 그만한 힘과 능력, 시간이 주어지지 않음을 안 것이다. 그렇기에 마디의 길이만큼만은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마디의 역할과 필요성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마디에서의 시간을 지체하면 게으름, 후퇴, 뒤처지는 것으로 알아 잠깐이라도 쉬지 않고 자라고자 한다. 앞만 보며 달린다. 그러나 똑바로 가려면 다음 지점을 정하고 움직여야 곧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신적 첫 번째 마디는 바른말과 행위이다. 바른말과 행위로 얻은 마디가 맨 밑에서 버텨야 한다. 이 마디를 버팀목과 영양분으로 두 번째 마디가 비로소 생긴다. 다음 마디는 집중력이다. 바른 행위는 집중력을 행해 최선을 다해 간다. 이때 마디가 없으면 집중력이란 성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마디가 튼튼하면 세 번째 마디인 지혜가 일어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마디가 필요했다. 지혜까지 오면 왜 여기까지 오기 위해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왔는지 알게 된다. 그냥 집중, 지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어려움, 힘듦, 장애, 악조건들이 만들어 준 것임을 알게 된다.

 하나의 마디 만들고 다음 마디까지 갈 힘의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이 쉬움, 칭찬, 행운, 순경(順境), 호조건, 순탄, 장점 때문이 아니다. 바라고 원하는 것이 굴뚝 같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바라는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오히려 마디를 만들 것이다. 향나무는 자기를 베는 톱날에도 향을 묻혀 보내듯이, 축구의 공격수는 골키퍼의 벽이 자기에게는 문이 되듯이. 자기를 가로막아 원하지 않고 바라지 않은 벽이 실은 자기가 뚫고 가야 할 문이 마디이다. 뜻하지 않았고 바라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던 모자람, 힘듦, 장애, 약점, 방해, 난관, 상처, 잘못, 단점, 체념, 실수, 후회, 불행, 악조건 등이 벽이 아니라 문인 것이다.

 이런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 만날 때 먼저 참을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것들을 존중하도록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 집, 직장, 사회, 가보고 싶은 다른 나라에도 있기에 만나야 한다. 이것들 없이 인생을 살았다면, 그 삶은 뒤 돌아보면 기억되는 날들이 아지랑이처럼 사라졌을 것이다. 이것들이 없었다면 마디는 결단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신적인 마디가 없었다면 집중과 지혜도 없을 것이다. 집중과 지혜가 없다면 어리석음, 성냄, 탐욕, 우울, 공황 등으로 피곤하고 괴로운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마디 만드는 방법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기에.

윗세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