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내려오기로 했을 때,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따뜻한 날씨에 대한 반가움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제주 바람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즘 같은 겨울에 습기 먹은 바닷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면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을 절감하곤 한다.
그런 나는 어려서부터 여름을 좋아했다. 아무리 찌는 듯한 더위도 땀 몇 방울 흘리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은 달랐다. 오전부터 땅으로 내리꽂는 햇빛에 살짝 몸이 닿기만 해도 피부가 치익 하고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날 여름도 그런 날씨였다.
동생과 바다로 산책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차 두 대가 간신히 비켜 갈 수 있는 좁은 도로에 차 한 대가 길을 가로지르며 서 있었다. 돌난간에 부딪쳤는지 차 앞쪽이 부서져 있고, 사오십 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보험사와 연락하는 것 같았다.
이런 더위에 다른 차가 오기라도 하면 어떡할지 생각만 해도 난감했다. 여성분도 그렇게 느꼈는지 도로 양옆을 번갈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안타까워 마음을 정화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용히 길을 지나치던 동생이 말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불교 수행에는 ‘4가지 거룩한 마음’ 수행이 있다. 4범주 또는 4무량심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범천이 가지는 마음’ 또는 ‘범천으로 태어나게 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다. 4범주는 자애, 연민, 함께 기뻐함, 평온을 말하는데, 수행하면서 쓰는 문구가 있다. 수행 전통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문구를 쓴다.
1. 자애 수행에서는 보통 네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2. 연민 수행에서는 한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를.’
3. 함께 기뻐함 수행도 한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얻은 것을 잃지 않기를.’
4. 평온 수행도 한 가지 문구를 숙고한다.
‘이 사람에게 업이 주인이다. 이 사람은 업으로 살아야 한다.’
4범주 수행은 선정에 든 후에 하는 수행이지만, 수행에 쓰는 문구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남에게 화를 내려면 내 속에 먼저 화가 생기듯이 ‘자애’도, ‘연민’도, ‘함께 기뻐함’도, ‘평온’도 남에게 주려는 마음이 내 속에 먼저 생겨난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고 당연한 사실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 깊이 아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을 자연스레 내는 것은 다른 것임을 또 한 번 느낀다. 내 안위를 먼저 염려하고, 남과 우위를 정하려는 마음이 날 때마다 위와 같은 문구는 마음을 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겁고 힘든 마음임을 알면서도 그 마음들이 놓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무거운 마음들은 저 한구석으로 밀어두고,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을 담아보려고 한다. ‘당신이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이다.
제주도로 내려오기로 했을 때,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따뜻한 날씨에 대한 반가움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제주 바람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즘 같은 겨울에 습기 먹은 바닷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면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을 절감하곤 한다.
그런 나는 어려서부터 여름을 좋아했다. 아무리 찌는 듯한 더위도 땀 몇 방울 흘리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은 달랐다. 오전부터 땅으로 내리꽂는 햇빛에 살짝 몸이 닿기만 해도 피부가 치익 하고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날 여름도 그런 날씨였다.
동생과 바다로 산책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차 두 대가 간신히 비켜 갈 수 있는 좁은 도로에 차 한 대가 길을 가로지르며 서 있었다. 돌난간에 부딪쳤는지 차 앞쪽이 부서져 있고, 사오십 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보험사와 연락하는 것 같았다.
이런 더위에 다른 차가 오기라도 하면 어떡할지 생각만 해도 난감했다. 여성분도 그렇게 느꼈는지 도로 양옆을 번갈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안타까워 마음을 정화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용히 길을 지나치던 동생이 말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불교 수행에는 ‘4가지 거룩한 마음’ 수행이 있다. 4범주 또는 4무량심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범천이 가지는 마음’ 또는 ‘범천으로 태어나게 하는 마음’이라는 의미다. 4범주는 자애, 연민, 함께 기뻐함, 평온을 말하는데, 수행하면서 쓰는 문구가 있다. 수행 전통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다음과 같은 문구를 쓴다.
1. 자애 수행에서는 보통 네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이 존재가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2. 연민 수행에서는 한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를.’
3. 함께 기뻐함 수행도 한 가지 문구를 쓴다.
‘이 존재가 얻은 것을 잃지 않기를.’
4. 평온 수행도 한 가지 문구를 숙고한다.
‘이 사람에게 업이 주인이다. 이 사람은 업으로 살아야 한다.’
4범주 수행은 선정에 든 후에 하는 수행이지만, 수행에 쓰는 문구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남에게 화를 내려면 내 속에 먼저 화가 생기듯이 ‘자애’도, ‘연민’도, ‘함께 기뻐함’도, ‘평온’도 남에게 주려는 마음이 내 속에 먼저 생겨난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고 당연한 사실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 깊이 아는 것 그리고 그런 마음을 자연스레 내는 것은 다른 것임을 또 한 번 느낀다. 내 안위를 먼저 염려하고, 남과 우위를 정하려는 마음이 날 때마다 위와 같은 문구는 마음을 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무겁고 힘든 마음임을 알면서도 그 마음들이 놓아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무거운 마음들은 저 한구석으로 밀어두고,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을 담아보려고 한다. ‘당신이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