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와 수행

 지난여름, 제주도로 집중수행을 떠나며 가장 걱정되었던 건 화초들이었다. 원래 키우던 화초는 몇 개 되지 않았지만, 자식들이 해외로 나가며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집에 있던 화초들까지 맡게 되어 수가 늘었다.

 평소 10일에 한 번씩은 물을 주어야 하지만, 여름에는 조금 더 자주 줘야 한다. 그런데 2주 동안 집을 비울 수밖에 없기에 나름 이것저것 준비를 해 놓고 떠났다. 혹시 장마철 폭우가 들이칠까 봐 베란다 문을 닫고 갔는데, 돌아와 보니 습하고 뜨거운 날씨 탓에 몇몇 화초는 곰팡이가 피고, 어떤 것들은 말라가고 있었다.

 급히 물을 주고 환기를 시키니 화초들은 다행히 살아났지만, 곰팡이가 덮인 잎들은 그대로였다. 피곤하고 게으른 마음에 그냥 두었더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날 시간을 내어 하나하나 닦아 주었다. 깨끗해진 잎을 보면서 곰팡이 아래에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웠고, 그 힘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 준 것이 고마웠다.

 마치 수행을 만나기 전, 무지로 덮여 힘겨웠던 시절의 나를 보는 듯했다. 그때의 나는 삶의 무게를 그저 버텨내며 살았다. 그렇게 견딘 덕분에 수행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행 덕분에 짓눌렸던 고통의 무지가 점차 씻겨 나갔고, 이렇듯 무거움이 덜어지는 과정이 검은 곰팡이를 벗어나 화초가 점점 깨끗해지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잎을 닦으며, 이렇게 보살펴 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음도 덩달아 맑아지고, 가슴이 온통 초록빛으로 채워지듯 힘든 시간을 지나온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마음이 일었다.

겉만 닦아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

 겨울이 되어 화초들을 방과 거실로 옮겼다. 가까이 두고 보니, 곰팡이는 사라졌지만, 잎에 끈끈한 액체가 생겼다. 자주 닦아주어도 계속 생겼고, 약을 뿌려도 나아지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난 병든 잎만 닦고 약을 뿌리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화장실로 데려가 세밀하게 씻기고, 흙에도 신경을 썼다. 그러자 더 이상 악화하지 않고 점차 나아졌으며, 건강한 새잎이 돋아났다.

 이 과정을 보며, 수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산만할 때,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려 노력하면 일시적인 평온과 고요가 찾아오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불안과 번뇌가 밀려온다. 마치 곰팡이를 닦아내고 물을 주면 잠시 깨끗해지는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과 습관도 겉으로만 다스려서는 다시 되풀이된다.

 화초가 쉽게 건강해지지 않듯, 수행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고, 변화가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병든 잎을 잘라야 할지, 그대로 두어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물을 주고 벌레를 살피며 흙을 보충하니 마침내 새잎이 나왔다. 수행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조금씩 익어 간다.

 병든 화초를 돌볼 때처럼, 수행에서도 때때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 무거움을 “그렇구나”하고 알아차리며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새잎이 돋듯 변화가 찾아온다.

 보이지 않는 듯해도, 지금 이 순간 따뜻한 인내로 보듬어 줄 때, 성숙한 마음이 새잎처럼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