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방해하는 장애 중 회의적 의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빠알리어 위찌낏짜(vicikiccha)를 번역한 말이고, 영어로는 ‘doubt; uncertainty’입니다.

무엇에 대한 의심일까요?

위찌낏짜에 대하여 마하시 사야도의 법문집 빠띳짜사뭅빠다(paṭiccasamuppāda, 十二緣起)를 보면 여덟 가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첫째, 부처님에 대한 의심이다.

둘째, 가르침에 대한 의심이다.

셋째, 승가에 대한 의심이다.

넷째, 수행에 대한 의심이다.

다섯째, 과거에 대한 의심이다.

여섯째, 미래에 대한 의심이다.

일곱째, 과거와 미래 모두에 대한 의심이다.

여덟째, 연기법에 대한 의심이다.

즉 부처님 가르침(법)에 대한 의심을 말합니다.

다행히도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최근에 직장 동료를 의심한 일이 있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의심은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의심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같기 때문에 의심에 대해 몇 자 적고자 합니다.

제가 관찰해보니 한 번 의심이 일어나면 좀처럼 가라앉히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화라는 마음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 수시로 떠올라 나를 괴롭혔듯이 의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직장 동료를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그 사람의 행동 하나 하나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직장 내 메신저로 보내는 간단한 메시지조차 나를 조롱하고 있다는 생각으로까지 번지는 걸 발견했습니다.

직장에서 그 사람을 보거나 생각만 해도 의심은 자석처럼 따라 붙는 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물론 진화론적으로 의심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상당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것을 머릿속으로 이해는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의심이라는 경고등을 끄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의심으로 고통을 받는 중에 우연히 서점에서 책을 읽었는데 의심이라는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는 마법의 주문(?)을 발견했습니다.

직장에서 의심이 일어날 때 마다 그 마법의 주문을 마음속에 외웠고, 실제로 의심이라는 경고등을 끄는데 도움을 받았기에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소개드립니다.

책의 주인공은 스웨덴 사람으로 아잔 차 스님이 설립한 태국의 밀림의 숲 속 사원에 귀의해 17년간 수행한 파란 눈의 스님입니다.

철야정진 수행 중 아잔 자야사로 주지 스님께서 다음과 같이 설법하셨다고 합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밤에 수행자들에게 마법의 주문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누군가와 맞서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에 세 번 반복하라.

진심으로 세 번만 되뇐다면 근심은 여름날 풀밭의 이슬처럼 사라질 것이다.

바로 그 주문은......

I may be wrong.

I may be wrong.

I may be wrong.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