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소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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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눈, 깨어나는 마음

곽노숙
2025-02-05


 왼쪽 눈이 녹내장에 걸린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 후 몇 년 지나 이번에는 오른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겼다. 두 눈이 피곤하면 글자가 침침해 잘 안 보이는 것 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가끔 핸드폰 화면이 굴곡져 보여도 단지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여겼다. 황반변성 진단을 받고 나서 반대쪽 눈을 가려보니 사물이 찌그러져 보였고, 그제야 병에 걸렸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병을 자각한 이후로 가끔 왼쪽 눈을 가리고 점검한다. 사물이 얼마나 찌그러져 보이는지, 직선이 얼마나 삐뚤어졌는지, 글자가 먹물처럼 번져 보이지는 않는지를 살핀다. 이렇게 자가 점검을 통해 더 나빠졌는지, 유지되고 있는지, 혹은 조금 나아졌는지 확인한다. 시력이 더 나빠지면 걱정이나 두려움이 스쳐 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만약 두 눈 모두 황반변성에 걸렸다면, 사물이 모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 하다가도 점점 익숙해지면 그 왜곡된 모습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끝내 내가 옳다고 주장하다 보면 더 깊은 단절과 어리석음 속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내가 수행을 만나지 않았다면 두 눈 다 황반변성 걸린 것처럼 살았을 것이다. 기본적인 도덕성이 있었기에 사회나 주변에 해를 끼치거나 거칠게 살지는 않았겠지만, 괴로움의 수레를 돌리며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으며 고통 속에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눈의 병은 외부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지만, 마음의 병은 수행이라는 거울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과천 선원에서 수행할 때였다. 스님께서 경행할 때 ‘의도’라는 명칭을 붙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움직임을 천천히 하며 의도적으로 ‘의도’ 명칭을 붙였다. 집중이 깊어지자 자연스럽게 아주 천천히 움직이게 되었고,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의도’라는 명칭이 저절로 붙여졌다.

 

 이어서 좌선에 들어가기 위해 삼배를 했다.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주의를 최대한 기울이며 첫 번째 절을 마쳤다. 두 번째 절을 하고 상체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하체 근육들이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가 선명히 드러났다. 그 순간, 문득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다!’라는 말이 깊이 스며들었고,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며 일어난다는 것이 확연히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상체가 일어나는 것은 우선 의도가 이끌고 있으며, 이와 함께 상체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발가락과 발등, 발목, 허벅지까지 상체에 의해 눌리는 힘의 강도에 따라 하체 근육의 긴장과 이완이 세밀하게 일어났다. 미세하게 퍼져나가는 열감과 묵직한 딱딱함의 번짐이 하체에서 감지되다가, 반듯하게 상체가 세워지는 순간 하체가 전혀 없는 것 같은 가벼움이 일어났다. 괴로움 또한 이와 같은 수많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이 다시금 선명히 다가왔다.

 

 눈에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듯, 번뇌의 고통을 자각해야만 그동안의 어리석음이 인식되고, 번뇌의 원인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시작된다. 병든 두 눈이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약과 주사가 필요하듯, 번뇌 또한 법문과 수행으로 닦지 않으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언제든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게 된다.

 

 모든 것이 서로 의지하듯, 일상과 수행을 분리하지 않고자 한다. 일상 안에서도 알아차림을 유지하고자 노력은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보호하고, 말과 행위에 좀 더 깨어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몸을 토대로 마음이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 번뇌가 발붙일 곳이 없게 되리라는 확신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두 눈에 생긴 병이 단순한 고통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마음의 병을 살필 수 있게 하는 법의 친구임을 안다. 이 친구와 더불어 지혜로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내 안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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