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과 중도

헤겔의 변증법은 대개 정(正), 반(反), 합(合)으로 표현되며, 그럴듯하게 들린다. 기본 법칙에 대한 정의가 정(正)이라면, 이에 대한 모순과 반론은 반(反)이다. 이 두 양자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한 것이 합(合)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세상의 흐름은 정·반·합의 순서로 진행되며, 모순을 극복하고 점차 진리에 가까워지며, 통일된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

처음 보면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세상은 발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즉, 정(正)에 대한 반(反)의 흐름과 그 뒤에 이어지는 또 다른 반(反)의 흐름이 반복된다. 합(合)이라고 해서 양자의 모순을 극복했다고 볼 수 없으며, 내용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세상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새로운 유행, 패션, 밈 등이 그렇다. 신나고 활기차며, 앞서나가고 선망받는 무언가를 쫓는다. 패션을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디자인의 첨단 패션을 쫓다가도 결국 복고(復古)로 돌아간다. 그러다 다시 새로운 디자인으로 향했다가, 또 복고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한다. 세상의 모든 디자인은 첨단과 복고를 적절히 섞거나 비율을 조정하거나, 때로는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변하고 반복되며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패션뿐만 아니라 음악, 사상 등도 마찬가지다(진보와 보수의 흐름 등). 역사와 사상사를 공부하다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진리임을 알게 된다. 고대인들이 오늘날의 지성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그들은 인간 본질과 삶의 올바른 태도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한 철인과 성인들이 많았다.

불교에서는 정(正), 반(反), 합(合)을 넘어 중도(中道)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중도를 과연 합(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불교의 해답은 어중간한 조율이 아니라, '신(新)'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붓다께서 제시하신 길은 완전히 새로운 길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가보지 않았던 길, 혹은 쉽게 열어볼 수 없었던, 알 수 없었던 길이다. 붓다께서 중도라고 표현하셨지만, 그 말은 양 극단을 물리치고 균형 잡힌 길을 의미하는 것 같다. 여기서 양극단이란, 단견과 상견이다. 또한 물질 만능주의, 선정제일주의, 고행제일주의 등을 바로잡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길을 제시하셨다.

그리고 올바르게 나아가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적인 목표,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목표를 새롭게 제시하셨다. 그것이 바로 닙바나이다. 닙바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므로, 현재로선 상상만 가능할 뿐, 유추하거나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흐름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벗어난 흐름과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중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팔정도(八正道)이다. 팔정도는 삼학(三學)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중도를 실천해 나간다. 팔정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이해하고, 계정혜(戒定慧)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계와 정의 관계, 계와 혜의 관계, 정과 계의 관계, 정과 혜의 관계, 혜와 계의 관계, 혜와 정의 관계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중도를 닦아야 한다. 팔정도를 닦아야 한다. 계, 정, 혜를 닦아야 한다.

이 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 길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삶에서 다양한 선택 중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