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에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특히 명사에는 그 단어가 가지는 고유의 의미가 있다. 기업에서 임직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떤 단어를 사용하기 전에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먼저 찾아보고 올바르게 사용하는지를 꼭 확인하곤 한다.

오늘 같이 나눌 이야기는 "경험(經驗)"에 대한 것이다.

"경험"

내가 명상을 접하면서 들었던 많은 단어 중에 하나가 "경험"이라는 단어이다. 왜냐하면, 나는 명상을 처음 접할 때 책에서 쓰여진 글자로 배웠기 때문에 궁금함이 많이 올라왔다. 스님을 만나기 전에는 주로 주변에 있는 명상 선생님(도반)들을 귀찮게 했다. 그럴 때마다 명상 선생님들은 도움을 주는 몇 마디 답변과 함께 어른이 어린 아이에게 보이는 듯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경험을 해봐야 해요."라는 조언을 해 주셨다. 사실 그때는 조급한 마음에 ‘도대체 그 경험이 뭐길래...그냥 알려주면 되지 그걸 꼭 경험해보라고 해야 하나’라는 야속한 마음도 올라왔다. 하지만,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더해질 수록 그 말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나는 "경험(經驗)"이라는 단어를 톺아보았다.

"경험(經驗)"이라는 단어는 보이는 것과 같이 경(經)과 험(驗)이라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어 경(經)과 험(驗)을 한글자씩 뜯어보면 경험이 왜 중요한지, 명상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먼저 "경(經)"이라는 글자는 糸(실의 의미)와 巠(길의 의미)의 결합으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원칙을 따라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經)의 의미는 ‘길, 지나가다, 과정’을 나타내고 ‘기업을 경영하다’나 종교의 ‘경전’이라는 중요한 단어들에 경험에서의 경과 같은 "경(經)"이라는 글자를 사용한다. 이미 여기 도반들은 경(經)이라는 한 글자에서 경험과 명상이 그 자체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 힘을 더하는 글자가 “험(驗)”이다. "험(驗)"이라는 글자는 馬(마)와 僉(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말(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말(馬) 이 얼마나 쓸만한지 자세히 알아보고 조사해본다는 의미로 ‘어떤 사실이나 이론을 직접 체험하거나 관찰하여 확인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경험(經驗)이라는 단어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발생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고 검증해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명상을 할 때 어느 한 감각에 집중을 하거나 어떤 것을 지켜보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경험(經驗)"이라는 단어를 톺아보면서 '호흡을 경험해 봐라'라는 말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냥 어느 한 곳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호흡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흐름이 원칙에 맞게 자연스러운지, 그것을 오롯이 지켜보고 있는지 등 깊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명상을 하는 것은 결국 “경험을 하는 것이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수행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조금씩 알아가면서 "경험(經驗)"이라는 것이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명상하는 그 자체가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험이라는 것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원칙에 따라(법) 일어나는 과정을 오롯이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자기자신만이 알 수 있는 고유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명상하는 것'에 대한 "경험(經驗)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