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먹고 즐기며 정을 나누는 매년 명절이 되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물론 부부가 결혼함으로써 핏줄로 생겨나는 부모-자식이나 형제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핏줄로 연결된다는 것이 전생의 특별한 인연임에 틀림없으나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그에 따라 가족을 포함한 인간관계의 양상 또한 예측할 수 없이 바뀌고 있는 이 시대에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핏줄로 연결된 가족, 무엇보다 나의 안녕과 행복을 걱정하는 가족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 자식의 부모 걱정, 형제들끼리 서로 챙겨주는 것, 모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애착”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내 가족,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라는 집착 말이다. 가족이 서로 아끼고 돌보는 것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으랴마는(유전적으로도 가족은 서로를 돌보며 집단 생존하도록 진화되었다) ‘내 가족만을’ 위하는 마음에서 뭔가 헛헛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가령, 부모의 자식 사랑은 진정으로 자식을 위한 것일까. 혹 ‘자식 사랑’을 명분으로 부모 자신의 본능을 충족하려는 것은 아닐까. 자식의 부모 걱정은 진심으로 부모를 위한 것일까. 행여 자식으로서의 도리에 얽매여 그러는 것은 아닐까. 그럴 경우 가족이란 본능과 의무라는 도식에 의해 맺어지는 기계적인 관계에 불과하게 되지 않을까. 이제 핏줄이 아닌 더 높고 새로운 가치로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고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상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수행자들에게는 그러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바로 담마, 즉 법(法)이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부처님이 탄생하시기 전에도 법은 사실로서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영구불변한 진실로서의 가르침인 법에 의지하면 틀림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세세생생 새로운 인연 따라 바뀌고 또 바뀌는 가족 관계보다 더 확실한 법에 의지함이 끝없는 윤회의 길에서 우리에게 더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되어 주지 않을까. 추석 명절 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우리 수행자들은 스님을 구심점으로 ‘법의 가족’으로서 수행의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잡아 보면 어떨까.

(아래는 추석 명절 때 지인으로부터 받은 추석 인사장. 집에서 키우시는 녀석이라고 한다. 개에게는 초상권이 없을 테니 무단 도용을 양해해 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