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소의 뿔

소식 무소의 뿔

.
.
.
.
.

젊은 열정

곽노숙
2024-11-25

 선원과 인연이 어느덧 25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다 보니, 풋풋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는 선원이 안암동에 있었을 때였다. 처음 선원을 다닐 때는 작은 반딧불 같은 설렘이 있었다면, 신설동으로 옮길 무렵에는 수많은 반딧불이 모여든 듯 마음이 환해졌다. 열정이 넘쳤고, 수행 자체가 참 재미있었다. 물론, 젊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당시 나는 수행 방법을 설명하는 개념적 언어나 용어는 잘 알지 못했다. 다만 법문을 경청하고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그 방식대로 따르려 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그 기쁨은 내게 아주 투명하면서도 눈부시듯 밝았다.

 

 법회에 참석하는 날,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마음을 정갈하게 다듬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걸을 때나 서 있을 때는 발바닥의 움직임에 '오른발, 왼발' 또는 '닿음, 닿음' 과 같은 이름을 붙이며 집중했고, 앉아있을 때는 엉덩이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이 산란하지 않도록 했다. 선원 들어가기 전, 잠시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법회에서 졸지 않고 마음을 집중하기 위한 작은 준비였다.

 

 스님 법문이 끝나자, 수행에 들어갔다. 다른 수행자들이 모두 일어나 경행을 시작했지만, 나는 방석을 겨우 잡고 들어 올리려는 상태였다. 몸이 마치 강한 자기장 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더딘 데다, 방석은 자석이라도 붙은 듯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무게감이 얼마나 묵직하던지, 결국 천천히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신설동 법당은 과천 선원보다 넓어서 수행자들의 경행에 큰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거듭되다 보니, 수행자들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커져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 스님께 메일을 드린 적도 있었다.

 

 이 시기에 처음 알게 된 몇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생각’이었다.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그 짧은 틈을, 이때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한 대상이 사라지고 바로 그다음 대상이 나타나기 전, 그 미세한 순간에, 생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충동을 느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면, 언어화된 생각이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은 일어나지 않은 채로 다음 대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러한 과정이 아주 신기했다.

 

 통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통증이 일어날 때, 그 통증을 지켜보니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찰나, 찰나 끊기고 일어남의 반복이었다. 통증이 쭈~욱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틈이 있다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수행이 꿈에도 영향을 주는 듯했다. 꿈을 꾸다가 두려운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꿈을 꾸게 되면,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 그냥 눈을 뜨면 꿈에서 깨어나’ 내가 나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꿈에서 눈을 뜨고자 했고 그러면 바로 꿈에서 깨어났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또한 수행 중, 대상에 이름붙이기를 열심히 해서인지 어느날 이런 꿈을 꾸었다. 꿈에서 어떤 인물이 나타나거나 상황이 전개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칼이 보였을 뿐이다. 그 칼의 크기도 알 수 있었다. 날카로운 칼끝이 내 배에 닿았다. 이때부터 나는 그 행위에 하나씩 이름을 붙였다. 칼이 배를 천천히 찌르며 점점 더 깊숙이 몸 안으로 들어왔고 찌르며 가해지는 힘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닿음, 닿음’ , ‘들어옴, 들어옴’ 같은 식으로 이름을 붙이며 그 감각을 계속 지켜봤다. 그 감각을 지켜보는 동안 두려움도, 놀람도, 비명도 일지 않았다. 이렇듯 꿈에서 깨어있던 순간처럼, 일상에서도 깨어있다면 평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

 

 가끔은 신설동 시절 수행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패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수행에 열려 있었고, 몸도 사리지 않았으며 머리도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시절에는 지혜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혜는 장애나 어려움을 통해 서서히 깊어진다. 그리고 그 성숙은 뜨거운 열정보다는 온화함과 따스함으로 드러난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내 가슴에도 이전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스며드는 것을 아니, 나에게도 어느덧 조금씩 지혜가 자라고 있는 것 같다.

6

보시 계좌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 KB국민은행

법보시      
수행참가보시 
선원운영보시 
불사보시    
소년소녀가장 

231437-04-008659
231437-04-008688
231437-04-008646
231437-04-008662
231437-04-008675


선원 문의

 과천·합천·제주 통합번호  064-744-2841

vip-borisu@hanmail.net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63064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 2024.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All Rights Reserved


선원 문의

오시는 길


보시 계좌


 전화 문의

과천 · 합천 · 제주 통합번호

064-744-2841

 메일 문의

vip-borisu@hanmail.net

과천 선원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뒷골 2로 15

합천 선원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읍 충효로 64

제주 선원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 KB국민은행

 법보시(출판물)
 수행참가보시
 선원운영보시
불사보시
 소년소녀가장 

 231437-04-008659
 231437-04-008688
 231437-04-008646
 231437-04-008662
 231437-04-008675 


사단법인 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63064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광령평화6길 55-2 (광령리)


ⓒ 2024. (사)위빠사나 수행처 보리수선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