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尺) -정현종 

새는 날아다니는 자요

나무는 서 있는 자이며

물고기는 헤엄치는 자이다

세상 만물 중에 실로

자 아닌 게 어디 있으랴

벌레는 기어 다니는 자요

짐승들은 털 난 자이며

물은 흐르는 자이다

스스로 자인 줄 모르니

참 좋은 자요

스스론 잴 줄을 모르니

더없는 자이다

人工은 자가 될 수 없다

(모두들 人工을 자로 쓰며

깜냥에 잰다는 것이다)

자연만이 자이다

-정현종 시집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세계사, 1998) 중에서

위 시와 관련해 MBSR(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의 창시자 존 카밧진이 <Coming to Our Senses>(온정신의 회복, 학지사)에서 '명상'의 어근을 설명하는 대목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또한 ‘의료(medicine)’와 ‘명상(meditation)’이 같은 의미의 어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비록 1979년이긴 해도 의료센터나 의과대학에 명상을 가르치는 곳을 함께 두는 것이 그렇게 억지스러운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medicine’과 ‘meditation’ 모두 ‘치료’를 의미하는 라틴어 mederi에서 왔다. 그런데 인도유럽어 mederi의 오래된 어근은 ‘측정한다, 잰다(to measure)’는 핵심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측정한다, 잰다’는 말은 통상 길이나 부피, 면적을 확정된 표준에 따라 양적으로 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 이것은 모든 사물이 자기 자신의 올바른 내면적 척도, 다시 말해 그 사물을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이게 해주는 자질 혹은 ‘존재성(isness)’을 본래적으로 갖고 있다는 플라톤적인 견해에 더 가깝다. 

명상(meditation)의 '측정한다, 잰다'는 어근은 

모든 사물이 자신의 올바른 내면적 척도, 

그 사물을 바로 '그것'이게 해주는 자질 혹은 ‘존재성’을 

본래적으로 지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의료는 환자들의 올바른 내면적 척도를, 그것이 흐트러졌을 때, 복원해주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명상은 자신의 올바른 내면적 척도를 직접적으로 지각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본성을 체험적으로 깊이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은 자신의 올바른 내면적 척도를 

직접적으로 지각하는 것, 

자신의 본성을 체험적으로 깊이 아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통이 가장 분명하게 몰리는 곳은 병원만은 아니다. 교도소도 그렇다. 그곳은 고통 때문에 타인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괴로움을 입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그리고 학교와 직장 같은 많은 사회조직에서도 나름의 고통이 일어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부처님이 가르친 것처럼, 고통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삶의 진실이다. 그런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헬렌 켈러가 현명하게 관찰했듯이, 고통 속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을 ‘고통’으로 알아보고, 고통의 본성을 매순간 직접적으로 아는 방법뿐이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고통 속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것이다. 

고통을 통과하여 지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고통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을 ‘고통’으로 알아보고, 

고통의 본성을 매순간 직접적으로 아는 방법뿐이다."

-존 카밧진, <Coming to Our Senses>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