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소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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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곽노숙
2024-06-11


오래된 죽음에 관한 꿈 이야기이다.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죽기 전에는 실제의 죽음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죽음을 간접 경험케 한 꿈 이야기를 오늘 하려 한다.

 

첫 번째 꿈은 집중 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꿈이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고 건물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쪽저쪽으로 사람들이 뛰었다. 무섭게 무너짐은 계속 이어지고 이제 더 이상 피신할 곳도 없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의지했던 벽마저 무너진다. 큰 콘크리트 덩어리가 얼굴을 덮치려는 순간 엄마가 떠올랐다. 작별인사도 못 한 아픔을 내려놓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모두 멈추었다. 그리곤 마치 영화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뒤로 가며 조합되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무너진 건물과 도로가 모두 반듯해졌다. 나는 깨끗하고 조용함만 감도는 넓은 대로 사거리에 서 있다. 그리곤 꿈에서 깼다.

 

두 번째 꿈도 어느 집중 수행을 마친 날이다. 깊은 물 속이었다. 몸이 밑으로 계속 가라앉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슴이 갑갑함으로 터질 것 같았다. 죽음이 들어왔다. 내가 정말 죽는 것인지 묻고 묻는데 몸이 움직임 없이 밑으로 내려간다. 정말 내가 죽었음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되는 순간 바로 몸이 물 위로 올라간다. 수면 위에 다다랐고 숨을 내쉬며 나는 살아났다.

 

세 번째 꿈은 미얀마에서 수행하고 있던 어느 날이다. 내가 죽어 관속에 있었다. 상여꾼들이 곡소리를 내며 관을 메고 걸어가는 행렬이 보인다. 큰아들은 나의 영정사진을 들고 맨 앞에서 걸어간다. 큰아들이 눈물범벅이 되어 어찌나 슬피 우는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나는 모든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슬피 우는 아들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에 놀라 잠에서 깼다. 무섭고 두려웠다. 놀란 가슴은 진정이 안 되었다. 새벽 2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문밖으로 나가 숲속 수행처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생명이 잠든 듯 조용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독경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간 멀리서 누군지 모르지만 홀로 불을 밝히고 경을 읊는다. 어둠을 뚫고 들리는 맑은 독경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점차 가슴이 진정되었다.

 

이 꿈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죽음의 꿈은 꾸지 않는다.


...

 

오래되어서인지 앞의 두 번의 꿈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기억에 없다. 하지만 이 꿈들은 연도와 관계없이 마치 일련의 과정처럼 죽음을 수용하고 인정하고 머물러보는 경험을 하게 했다. 더구나 마지막 꿈은 ‘다시’는 없다고, ‘단절’됨이 어떤 느낌인지 생생하게 살아있게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해야 할 감사한 말과 해야 할 자애의 말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불만족에서 나오는 거침은 잠시 미루고 살펴볼 여유를 갖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종종 여러 면에서 죽음을 망각하고 다음을 기대하며 소중한 오늘을, 지금을 놓치고 있다. 그런데 천만다행인 것은, 나이 먹어가니 늙음이 나에게 죽음을 망각하지 못하게 종종 일깨워 준다.

 

요즘 나는 한 달 계획으로 캐나다에 사는 큰아들네로 갔다가 지금은 미국에 사는 작은아들네로 왔다. 처음으로 결혼한 자식들 집에 함께 있어 본다. 내가 살아온 삶과 다르고 두 아들네끼리도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 차이가 있다. 이러한 다름은 가끔 불편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이때 얼른 내게 물어본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신기하게도 죽음을 앞에다 두고 물어보면 죽음의 답은 언제나 똑같다. 어떠한 것도 붙잡거나 고집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냥 내려놓게 한다. 그래서 마음은 다시 부드러워지고 조용해진다.

 

죽음과 늙음은 늘 내 곁에서 욕망과 집착을 멀리하도록 돕고 삼보를 의지처로 삼아 수행해야 함을 잊지 않도록 자각시켜 주는 훌륭한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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