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소의 뿔

소식 무소의 뿔

곤경 속 인내

곽노숙
2024-09-05

 평범한 하루에도 감정의 높낮이가 있고, 평범하지 않은 하루에도 감정의 높낮이가 있다. 그냥 넘어가는 하루는 한 번도 없다. 이 높낮이 틈에 불안이나 긴장이 슬그머니 붙기도 하고, 만족이나 불만족 사이에 들뜸이나 못마땅함이 그림자처럼 와 있기도 하다. 그래도 어느새 감정의 널뛰기는 그리 크지 않다. 이만큼 오는 것도 실은 내게 쉽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고 나서이다. 쉽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을 오늘 더듬어 본다.

 

 그때는 정말이지 내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밑을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계속 떨어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그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이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이 삐끗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게 정신 바짝 차리고 일상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예기치 않은 사건까지 겹치는 날에는 하고 있던 일들마저 다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했지만, 꾹 참고 유지하며 견디었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어느 늦은 저녁, 버스 안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 안에는 떨어져 앉아있는 세 명의 승객은 보였지만, 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한 영상이 훅 떠올랐다.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떠난 사위가 묻히던 날, 그 무덤 앞에서 우셨던 친정엄마의 장면이었다. 나는 그날 너무 허망해서 울음도 나오지 않았는데 엄마는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고 통곡하셨다. 그 울음소리가 다시 들린 것이었다. 가슴이 시리도록 저며왔다. 이날도 슬픈 가슴과 달리 눈은 창밖을 향했다. 띄엄띄엄 지나가는 사람들, 네온사인 간판들, 짙은 밤공기가 퍼진 도로, 이 모든 것이 그저 황량하게 다가왔던 날이었다.

 

 그렇게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제 이 힘듦이 지나갈지 알 수 없었기에 감정이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빗장이 필요했다. 빗장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선원이었다. 혼자 100일을 정했다. 당시 선원에서 좀 먼 곳에 살았지만, 일이 있어 몇 분밖에 앉지 못하더라도 갔다. 스님께서 장기 출타 중이셔도 갔고, 일시적으로 계시든, 안 계시든 상관없이 갔다. 마음이 조용하든, 조용하지 않든 그냥 갔다. 수행이 되든 안 되든 갔다. 그렇게 다니던 어느 날 스님을 뵙게 되었는데 내게 안부를 물으셨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도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가 가로막듯 차단 되어 그 생각이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빗장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었기에 더 튼튼한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래서 과천선원 집중수행을 신청했다. 수행을 시작하면서 스님께 일차적 대상인 호흡의 주의 두는 위치를 어디로 정할지 여쭈어보았다. 왜냐하면 삼장법사 스님을 모시고 집중수행을 한 이후부터 주의 두는 위치를 코로 갔다, 배로 갔다,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이다. 스님께서는 둘 중 더 어려운 쪽을 선택하라 하셔서 코로 정하고 시작했다.


 수행이 끝나는 날이었다. 좌선 중 호흡이 사라졌다. 조금 당황하여 지켜보니 미간 위 자극이 감지되었고 이어 표상이 나타났다. 다시 머리 가운데 강한 자극이 나타나 주의가 옮겨졌다. 순간 두개골이 반으로 쫙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강렬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표상이 나타났다. 너무 강렬해서 꼼짝할 수가 없었고 주의가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었다. 중간중간 천둥이 요란스럽게 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표상은 사라지지 않고 찬란하게 계속 빛났다. 황금빛은 용광로에서 보는 색보다 훨씬 밝은 색으로 지금껏 보지 못한 아름다운 빛의 색깔이었다.

 

 얼마큼 앉아있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수행 홀을 나와보니 꽃송이 같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스님께 경험한 현상은 말 하지 않았다. 너무 충만해서 어떠한 말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솜털 같은 가벼움으로 삼배만 했다. 선원 밖으로 나와보니 거리는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하얗게 하염없이 내리는 눈송이들은 마치 나를 축복해 주기 위해 내리는 것 같았던 행복한 기억이다.

 

 이러한 표상은 일시적 선물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물을 받게 되면, 마음이 맑고 깨끗해져서 다시 마주해야 할 현실적 어려움에 여유가 생긴다. 또한 피하고 싶고,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주길 바라는 그 안타까움도 더디지만 계속 내려놓을 용기도 준다.

 

 그렇게 어려움을 지나 어느덧 이만큼 오게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삶에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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