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무소의 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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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수행처 3 : 아름다운 마음

곽노숙
2024-07-11

 오늘은 낯선 수행처 사원의 스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사원에는 삼장법사님, 원장 스님, 큰 법당과 새 법당 각 책임 스님이 계시고 이 스님들을 모시는 스님들과 종무소 스님이 계신다. 물론 다른 스님들과 사미승들도 계시지만 이분들은 가까이서 뵌 적은 없다. 여기 스님들 특징은 내게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표정이 없으셨다.

 

 그런데 유일하게 모든 수행자에게 미소로 대해 주시는 스님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은 새 법당 책임자 스님이시다. 나는 이 스님 앞에만 가면 갑자기 아주 어린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스님의 미소가 온화하셔서 혼자서 미소스님이라 지칭했다.

 

 어느덧 집중 수행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으나, 나는 계속 수행을 이어가고 싶었다. 미소스님께서는 새 법당에서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 덕분에 숙소에서만 수행하던 같이 간 단기 출가자 스님도 함께 수행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새벽 예불하는데 너무 더웠다. 처음 경험해 보는 더위였다. 마치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하고 숨이 꽉 막히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는데, 그때 미소스님이 어디선가 나타나셔서 내 쪽의 에어컨을 켜 주셨다. 나는 그동안 수행에 전념하고 싶어 단기 출가 스님에게 리모컨을 맡겨두었던 터라 에어컨을 켠 본 적이 없었다. 그걸 어찌 아셨는지 갑자기 오셔서 이 더위를 해결해 주신 것이다.

 

 그리고 미소스님은 10일 집중 수행 때 내 옆을 지나가실 때마다 일부러 소리를 내어 신경이 곤두서게 한 분이시다. 내가 새 법당 청소라도 하고 있을라치면 보이시지도 않던 스님께서 갑자기 나타나셔서 문을 ‘확’ 열었다 닫으시고 사라지셨다. 어느 날, 경행하다 대상을 놓치고 지난날 자식이 아팠던 기억이 엄습해 오면서 그때의 무력감에 주저앉는 그 순간도 갑자기 미소스님께서 문을 ‘확’ 열었다 닫으셨다. 덕분에 생각을 이어가지 않고 다시 수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스님께선 칭찬도 격려도 다 소리로 하시는 것 같았다.


 이 사원에 임꺽정 같은 풍채를 지니신 두 분의 스님이 계신다. 한 분은 큰 법당 책임 스님이시다. 실례가 되겠지만, 임꺽정 같은 풍채에 코뿔소 같은 이미지시다. 어느날 단기 출가자 스님을 잠시 보게 되어 이야기를 나누자, 스님과 떨어져 있으라고 손짓과 표정으로 책망하셨다. 그래서인지 피하고 싶은 분이셨는데 법문 하실 때 너무도 아름답게 경을 읊으셨고 법문 내용은 모르지만, 꼭 새겨 주려 애쓰고 계심이 느껴져 나의 부족한 생각이 부끄러웠다.

 

 또 한 분은 종무소 스님이시다. 스님은 아주 커다란 덩치 안에 흥겨움 항아리를 품고 계신 모습이다. 10일 집중 수행 때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것 같았는데 광장같이 넓은 공양 가는 길에 사람이 안 보였다. 처음이었다. 지금껏 아무리 늦게 나가도 한두 사람은 보였는데 아무도 없었다. 당황하여 급히 걸음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정말 바람같이 종무소 스님이 내 앞에 나타나셨다. 그리곤 앞장서서 걸으셨다. 아무리 늦어도 스님을 앞질러 갈 수 없기에 뒤를 따라가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공양간 건물 모퉁이를 돌자, 다행히 몇 분이 공양간 안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스님은 바람같이 다시 사라지셨다. 나는 아침 공양 후 돌아오는 수행처 길목 저만치에서 빗질하시는 스님의 모습을 가끔 뵙곤 했다.

 

 그리고 삼장 법사스님은 새 법당에서 정진하는 나를 매일 살펴보고 가셨다고 나중에 들었다. 떠나오는 날, 법사스님께 인사를 드리려 가게 되었다. 통역인이 바빠 오지 못해 한국어가 어설픈 공양 보조 청년과 인사드리러 갔더니, 스님은 통역인에게 직접 전화 걸어 전화로 통역하게 하셨다. 감사했다. 삼장법사스님께서는 작은 옥으로 된 염주 팔찌를 주시며 틈날 때마다 아라한을 외우라 하셨다. 그리고 삼장법사스님 방에 계신 부처님 앞에서 아라한을 세 번 외우게 하고 삼 배 올리게 하셨다. 수행 정진의 끈을 놓지 않게 하려는 스님의 깊은 배려로 이해되어 새겼다.

 

 이 밖에도 도움 주신 여러 스님이 계신다. 나는 많은 스님을 통해 ‘아름다운 마음’ ‘훌륭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말이 통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스님들께서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신 많은 배려가 내가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셨다. 이렇게 나는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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