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기서 먹고 자고 수행한다는 말씀인가요?" 

"화장실도 공용이고 좁은데, 샤워는 어디서 해요? 식사는요? 창문도 없는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을까요? 정말 수행이 되나요?" 

어디에서 집중수행을 하냐고 묻는 김선생님에게 과천 보리수선원 내에서 숙식하며 수행한다고 말씀드리자마자 이렇게 질문이 이어졌다. 그 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문이 가는 상황이기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다만 오래 전부터 과천에서 집중수행을 해 왔고 큰 어려움이나 불만이 없었다고 대답을 드렸다. 

초보수행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 집중수행을 해 보려고 마음을 낸다. 그리고 대부분 어디에서 수행하는지를 먼저 묻는다. 초보수행을 한 이 공간이라고 말씀드리면 실망하고 걱정하는 표정이 드러난다. 집중수행 하려던 마음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다음 기회에 해 보겠다는 말로 넘어가기도 한다. 

처음 과천에서 집중수행하는 것에 의문과 걱정이 가득했던 김선생님은 매년 집중수행에 참석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수행을 해 보았지만 과천 선원보다 더 좋은 수행처는 없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선원 환경은 그대로인데 그분의 시각이 달라진 이유가 뭘까? 

올해 봄,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오대산 옴뷔 명상마을에서 2박3일 명상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녀왔다. 시설과 환경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는데, 사람들 마음이 계속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오대산까지 왔는데 수행만 하고 가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말도 들렸다. 숙소는 쾌적하고 아늑했지만 2인 1실이라 누구와 방을 쓰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어떤 수행처가 좋은 수행처일까? 좋은 수행처의 조건은 무엇일까?

조금 불편하고 부족한 환경이 수행하기에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처음 집중수행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너무 불편한 환경은 수행 기간 내내 불만족을 일으키기에 수행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잘 갖추어진 환경은 만족함과 함께 느슨한 마음이 일어나 수행홀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숙소나 외부 자연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마음이 들뜨고 산란하면 5성급 호텔에서 비싼 음식을 먹고 잠을 자도 편치 않고, 마음이 안정되면 시설이 불편한 초가집에서 소박한 음식을 먹어도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좋은 수행처란 육문을 단속하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된 곳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수행을 지도하는 스승님과 함께 수행하는 도반, 그곳에 가서 수행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요건인 것 같다.

올 여름 집중수행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 어느 곳에서 수행하든 

원하는 모든 것 결과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