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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나

붓다락키따 스님 - 숲 속에서의 하루 1

2012-06-22

1996년 7월 30일



● 첫째 날


구릉에 있는 수행처 수계식 법당에서 3방향을 내다보니 야자수와 팜나무가 수평선처럼 가물가물하는 저 끝에까지 펼쳐져 있다. 세 개의 법당(수행, 수계식, 포살식) 20분을 쉬지 말고 걸어야 볼 수 있을 만큼 넓다. 그 사이로 토굴과 햇빛만 엉성하게 대충 가린 오두막들이 250m~400m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피곤하다.

만달레이에서 5~6시간을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게 왔다. 길을 따라 달리고 길 아닌 길도 찾아 달렸다. 뽀얀 먼지가 온몸을 뒤덮었다.

지금,

해가 기울고 있다. 까비야(스님들은 돈을 만질 수 없기에 남자 불자가 목적지까지 함께 하며 필요한 경비, 짐을 들어줌)와 차가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대충 지리를 익히고 그들을 보내다. 수행처에서의 하루 사간표(탁발 시간, 수행면담, 법문)와 이곳 수행처의 특징을 자세히 일러준다.

내일부터 안거가 시작되기에 이곳에서의 생활이 힘들 것 같으면 한 달 이내에 자리를 옮길 수 있다면서 강한 계율과 금욕적 생활의 힘듦을 힘껏 강조하다가 숨구멍의 방향을 가르쳐 준다.

안다까이(가사)를 맺기다.

입고 있는 2벌의 가사와 하나의 겹 가사 외에는 모두 빼앗는다. 목욕 시 입는 가사도 이곳에선 필요 없다. 세탁 시에도 입고 있는 가사에서 해결해야 한다. 비구들 앞에서 두딴가 한 가지를 세 번씩 암송하면서 13가지를 맹세하고, 정해준 자리를 받다. 입구에 죽은 뱀이 있다. 길이 10m쯤 되는 암반굴이다. 습기는 없다. 사용한 지 오래된 공기 냄새다. 햇볕이 전혀 없다. 캄캄하다. 청소하다. 전에 타웅부루 사야도가 이곳에서 수행하던 곳이라면서 나에게 특별히 이 자리를 내준 것이다. 앉고 일어나 두 걸음 걸으면 방충망으로 된 문이다. 촛불을 켜고 대충 청소하다. 수행처에서 준 가죽 방석을 깔고 앉아 있으려니 오른쪽 벽 모퉁이에 무엇이 있는지 것 같다. 매실만 한 알이 5개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방을 천천히 보다 방충망 위 환기통에 팔뚝만 한 악어와 뱀 중간 모습의 파충류가 눈을 똑바로 뜨고 보고 있다. 수행 중인 사미 두 명을 데려왔다.

언어가 소통 안 된다. 나에게 중요한 건 위험한 것이냐 안 위험한 것이냐다.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 팔뚝을 물고 오른손으로 목이 잘리는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에 이들은 계속 손바닥을 귀에 대면서 잠자는 모습만 내보인다.

나의 표현방법은 목이 잘리는 거고, 이들의 표현방법은 잠자는 모습이다. 참 다르다. 이곳은 전깃불이 없다. 최대 문명적인 것은 초와 성냥뿐이다.



● 둘째 날


새벽 4시 30분, 탁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밖, 아무것도 안 보인다. 길이 익숙하지 않기에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음을 챙기며 걸어야 한다.

새벽, 뱀도 조심해야 한다.

엉거주춤 걷는 사이에 모기가 벌써 갔고, 있고, 오고 있다.

자애수행과 탁발의 공덕을 암송한 후 구릉을 넘어서자 아침 해가 노을의 역순이 되어 서서히 머리를 든다.

밭,

개울,

논길,

들길을 걷다. 발뒤꿈치가 뜨끔하다. 두 번째 가시다.

전형적인 오지의 농촌 마을이다.

아, 이런 곳에서 지내고 싶다. 순수한 촌락들, 돼지, 개, 닭이 길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슬렁댄다. 

이들이 드러눕다.

소리를 낸다.

두 시간 반이나 걸리는 탁발 거리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내 몸 속에서 수많은 입자들이 마치 안개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것을 본다. 내 몸 전체가 공기로 가득차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셋째 날


알맞은 길이의 반으로 가른 물건 이동 대나무, 양쪽 끝에는 그릇이 있다. 가까이 가자 삼배 후 팔려는 콩을 탁발 공양하다. 두 공기나 된다.

호흡은 미묘한 것이 되었다. 의식은 배에 고정되고, 호흡은 점점 더 미묘해졌다. 집중력은 점점 더 깊어졌다. 몸속에서 수많은 입자가 끊임없이 떨어진다. 그것들을 지켜보는 동안 마음은 점점 더 밝아졌고 깨끗하고 편안해진다.



● 넷째 날


세찬 비가 틈도 없이 내리 퍼 붙는다. 탁발이 걱정된다. 몇 걸음도 걷기 전 옷이 무겁다. 평시에 괜찮던 곳이 무릎까지 물이 있다. 조심히 걸어야 한다. 좀 더 가니 허리까지 물이 차다.

뒤에 있는 60대, 70대의 비구들이 더 걱정된다. 70대의 비구가 훌쩍 떠내려간다. 급류 때문이다. 올 때가 더욱 걱정된다. 비오면 신도들 불 피우기가 무척 어렵다. 대부분 찬밥이다. 다른 날보다 탁발 공양 보시하는 마을 사람들이 더 많다. 오던 길을 피하다. 넓은 개울 때문이다. 마을 청년들이 밧줄로 저편 나무에 줄을 매다. 발우는 청년들이 맡고 한 명씩 건너가다.

키를 넘는 물, 급류다. 힘겹게 한 명씩 건넌다. 줄을 놓치면 안 된다. 발이 땅에 닿다 안 닿다 한다. 물살에 가사가 벗겨진다. 발질을 매우 빠르게 하다. 찬물에 몸은 더욱 덥다. 다다른 비구들, 가사를 다시 고쳐 입고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앞만 보고 있다.

건너지 못한 늙은 비구들 무사히 줄을 놓치지 말고 물살보다 더 힘있게 힘을 내야 한다.

모두 이상 없이 건넜다. 구릉에 오르자 몇 신도들이 마지막 음식공양을 한다. 다른 마을에서 와서 날마다 공양한다. 바나나 잎에 싼 음식이다. 처음 받는 거다.

비,

지금도 내리고 있지만 줄기가 가늘어졌다. 틈도 많이 생겼다. 발우를 의자 위에 올려놓고 진흙 펄이 된 가사와 몸을 주름이 잔뜩 생긴 손으로 씻고 돌아와 보니, 진물이 흐르는 개가 발우의 밥을 먹고 있다.

몇 발자국 전까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더니 그제야 황급히 도망간다. 4/5를 먹었다.

몸 속에서 불꽃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마치 쓰러져 가는 모래 언덕 같다. 수많은 입자가 널려 있었고, 참! 경외로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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