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 3일
● 다섯째 날
비 온 후의 길은 엉망이다.
여러 대의 소 수레가 부드러워진 흙에 자국을 여기저기 깊게 남기기 때문이다.
마을엔 아직도 논처럼 질퍽하다.
매우 미끄럽다.
발목 넘게 빠진다.
소, 돼지, 가축의 오물이 표면에 떠 있고, 가라앉은 건 색깔로써 대신한다.
● 수행 인터뷰
어제 탁발 느낌과 물을 건널 때 마음을 챙겼는지? 스승님께서 물으신다.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로 우 삔야나 비구가 참회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나에게로 왔다. 자기의 기억으로는 6개월 전 양곤 시내 버스에서 여자와 손길이 닿은 후 가슴에 담고 있다가 한 달 전 포살식 때 사실을 알린 후, 6개월 +6일 동안 비구의 자질을 일시적으로 박탈한 후 날마다 저녁때면 온 비구들 처소를 찾아가서 참회한다. 나보다 선구 비구이지만 땅바닥에 엎드려 삼배한 후 약 5분간에 걸쳐 참회한다. 4개월 20일이 남아있다 한다. 지금 마음이 가볍고 편하다 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앉아서 자는 것이 참 편안하다. 누울 수도 없는 이 공간이 그래도 넓다.
탁발 시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한 곳에 정지되어 움직임만 세밀히 지켜본다.
몸 전체가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눈덩이처럼 무너지고 있다.
더욱 마음을 챙겨보니 몸속에서 셀 수 없는 가루 입자들이 앞뒤로 옮겨 다니고 떠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중력이 깊어지자 불꽃이 빛나면서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몸 전체가 활활 타올라서 빠져들 것처럼 입자들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 여섯째 날
탁발 돌아와 발우를 내려놓고 위를 보니 알록달록 무늬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공양하기 전의 우 빈이야나비구테 이야기하니 빗물 단지 하나와 막대기 그리고 사미가 뒤를 쫓는다.
발우를 씻고 자리에 놓다 제법 큰 카멜레온이 휙 하고 발과 눈앞을 지나 나무 위에 숨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움직이다 나를 의식하곤 가만히 있다.
처음 보는 큰 카멜레온이라 호기심이 간다. 제자리에 정지해 본다. 그놈 역시 정지해 있다.
한 시간이 넘는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간다. 잠깐 다리에 오르는 개미를 보는 사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호흡은 너무나 미묘해서 이젠 오직 자각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
몸속엔 오직 셀 수없는 입자들만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집중력이 깊어졌을 때 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입자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 일곱째 날
오늘부터 혼자 탁발을 가다.
마을로 가는 도중 일 나가는 5~7명의 아낙네와 만나다. 일제히 물구덩이를 피해 그 자리에 앉아 예의를 표한 다음 밥그릇에서 밥과 반찬을 공양한다. 큰 함지박에 밥은 가득한데 반찬은 한공기의 분량밖에 안 된다. 첫날 탁발을 나가면 밥 얻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미처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발우에 밥이 조금밖에 없는 걸 알고 큰 소리가 이웃에게 알린다. 한 남자가 자기 것인지 밥과 반찬을 통째로 들고 와 공양한다.
이때 수행자가 최대의 보시 공덕 표시는 게송보다 공덕의 마음을 더욱 챙기는 것밖에 없다.
몸속엔 오직 셀 수 없는 입자들만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때때로 내 몸은 오물로 가득 찼고 몸이 마치 야자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몸 안에서 기생충이 움직이고 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것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
때때로,
비누 거품이 흩어져 있는 것 같았고, 빛나는 입자들이 다시 나타나곤 한다. 먼지 구름 뒤에 아침 햇살이 있고 햇살 아래 가루가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다. 몸 전체가 점점 밝아져 왔다.
수행을 멈추었을 때 내 머리는 태양처럼 빛나는 물체로 변했다. 정수리에 의식을 두자 내 머리는 빛나는 황금의 입자들로 가득 찼고 그것들은 안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상쾌하고 기운이 넘치는 것을 알다.
● 여덟째 날
마을 어귀가 보인다. 새벽부터 준비한 공양물을 들고 문 앞을 나와 기다린다. 많은 집이 공양한다.
촛불만 있는 이곳, 자연스레 촛불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불이 깜빡거리고 그을음이 생긴다. 불꽃이 높이 올라가 그을음이 생기면 심지의 2/3, 4/5 부분을 낚싯바늘처럼 구부려 쉽게 연소가 되어 불길이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을음도 없어진다. 촛농이 심하게 흐를 때도 심지를 1/2로 구부려 놓으면 천천히 탄다.
초가 굵고 심지 타는 속도가 느릴 땐 촛농이 자주 흐른다. 그럴 때도 심지를 동그랗게 안으로 휘감으면 촛농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꼭 껴안듯이 어둠을 밝힐 수 있다. (이처럼 자기의 중심부를 몰라서 엉뚱한 곳,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들을 껴안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촛농이 밖으로 안 흐르고 불길 또한 잔잔히 떨림 없이 고요히 빛을 발한다. 자기의 욕망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은 서서히 심지를 태워야 촛농이 안 흐르듯 자기 자신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몸은 마치 강처럼 유유히 흐르는 깨끗한 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집중력이 더 깊어지자 온몸은 빛나기 시작한다.
호흡이 멈춰진 것 같다.
우주와 내가 하나로 결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깊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빛난다.
수행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말로써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 아홉째 날
탁발 시 한 아낙이 공양 후 삼배 시 올려다본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피가 말라붙어 있다.
놀라지도 않은 표정이다. 맨밥이 맛있다. 콩 몇 알과 으쩍거리는 깨소금을 반찬으로 먹다.
초저녁!
배고프다. 다시 빗물 한 바가지를 들이키다.
한밤중!
온몸 속에는 셀 수 없는 입자들만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강물처럼 움직이고 변하고 흐르고 있다. 때때로 온몸 속에 세균이 떠도는 것을 보다. 단지 움직이는 입자들과 미생물만이 있기에 그것들을 보는 것이 고통이다. 입자들은 끊임없이 떨어지고 오르는 것을 반복한다. 끝없는 광경이다.
새벽!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두 가지 빛나는 광선이 있었고 곧, 그것들은 하나로 융합되었다. 눈을 감을 때까지 그것들은 계속되었다.
매우 깊은 물이다. 드넓은 바다다. 깨끗한 물이 내 위로 흐른다. 어둡고 고요한 한밤중에 혼자 있는 것 같다. 이내 온 우주가 깨끗하고 밝게 빛났다.
● 열흘째 날
탁발 동안 계속하여 비가 내린다. 옷이 무겁다.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콩을 공양한다. 처음으로 발우가 가득 차다.
오직 무수한 빛나는 입자들만이 있다. 그것들은 움직이고 변하고 흐르고 있다. 끝이 없다. 오늘은 입자들이 더욱 투명하다. 마침내 그 결정체들은 점점 밝아지면서 밝게 빛났다. 계속해서 보고 있는 동안 그것들은 먼지 더미 속으로 모였다가 곧 사라졌다. 모든 것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차분하고 잔잔하다. 오직 강한 빛만이 존재한다.
● 열 하루째 날
내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다.
놀랍게도 내 몸을 반복해서 보려 했으나 소용없다.
내가 미쳤을까!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사라진다.
인터뷰.
몸은 없다고 설명하시다. 오직 입자들의 더미만이 있다고 하신다.
1996년 7월 3일
● 다섯째 날
비 온 후의 길은 엉망이다.
여러 대의 소 수레가 부드러워진 흙에 자국을 여기저기 깊게 남기기 때문이다.
마을엔 아직도 논처럼 질퍽하다.
매우 미끄럽다.
발목 넘게 빠진다.
소, 돼지, 가축의 오물이 표면에 떠 있고, 가라앉은 건 색깔로써 대신한다.
● 수행 인터뷰
어제 탁발 느낌과 물을 건널 때 마음을 챙겼는지? 스승님께서 물으신다.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로 우 삔야나 비구가 참회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나에게로 왔다. 자기의 기억으로는 6개월 전 양곤 시내 버스에서 여자와 손길이 닿은 후 가슴에 담고 있다가 한 달 전 포살식 때 사실을 알린 후, 6개월 +6일 동안 비구의 자질을 일시적으로 박탈한 후 날마다 저녁때면 온 비구들 처소를 찾아가서 참회한다. 나보다 선구 비구이지만 땅바닥에 엎드려 삼배한 후 약 5분간에 걸쳐 참회한다. 4개월 20일이 남아있다 한다. 지금 마음이 가볍고 편하다 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다.
앉아서 자는 것이 참 편안하다. 누울 수도 없는 이 공간이 그래도 넓다.
탁발 시 몸은 움직이지만, 마음은 한 곳에 정지되어 움직임만 세밀히 지켜본다.
몸 전체가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눈덩이처럼 무너지고 있다.
더욱 마음을 챙겨보니 몸속에서 셀 수 없는 가루 입자들이 앞뒤로 옮겨 다니고 떠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집중력이 깊어지자 불꽃이 빛나면서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몸 전체가 활활 타올라서 빠져들 것처럼 입자들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 여섯째 날
탁발 돌아와 발우를 내려놓고 위를 보니 알록달록 무늬의 뱀이 똬리를 틀고 있다.
공양하기 전의 우 빈이야나비구테 이야기하니 빗물 단지 하나와 막대기 그리고 사미가 뒤를 쫓는다.
발우를 씻고 자리에 놓다 제법 큰 카멜레온이 휙 하고 발과 눈앞을 지나 나무 위에 숨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움직이다 나를 의식하곤 가만히 있다.
처음 보는 큰 카멜레온이라 호기심이 간다. 제자리에 정지해 본다. 그놈 역시 정지해 있다.
한 시간이 넘는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간다. 잠깐 다리에 오르는 개미를 보는 사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호흡은 너무나 미묘해서 이젠 오직 자각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
몸속엔 오직 셀 수없는 입자들만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집중력이 깊어졌을 때 어두운 하늘에 반짝이는 별 같은 입자들이 강물처럼 흐른다.
● 일곱째 날
오늘부터 혼자 탁발을 가다.
마을로 가는 도중 일 나가는 5~7명의 아낙네와 만나다. 일제히 물구덩이를 피해 그 자리에 앉아 예의를 표한 다음 밥그릇에서 밥과 반찬을 공양한다. 큰 함지박에 밥은 가득한데 반찬은 한공기의 분량밖에 안 된다. 첫날 탁발을 나가면 밥 얻기가 쉽지 않다. 집에서 미처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발우에 밥이 조금밖에 없는 걸 알고 큰 소리가 이웃에게 알린다. 한 남자가 자기 것인지 밥과 반찬을 통째로 들고 와 공양한다.
이때 수행자가 최대의 보시 공덕 표시는 게송보다 공덕의 마음을 더욱 챙기는 것밖에 없다.
몸속엔 오직 셀 수 없는 입자들만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때때로 내 몸은 오물로 가득 찼고 몸이 마치 야자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몸 안에서 기생충이 움직이고 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것을 보는 것조차 힘들다.
때때로,
비누 거품이 흩어져 있는 것 같았고, 빛나는 입자들이 다시 나타나곤 한다. 먼지 구름 뒤에 아침 햇살이 있고 햇살 아래 가루가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다. 몸 전체가 점점 밝아져 왔다.
수행을 멈추었을 때 내 머리는 태양처럼 빛나는 물체로 변했다. 정수리에 의식을 두자 내 머리는 빛나는 황금의 입자들로 가득 찼고 그것들은 안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상쾌하고 기운이 넘치는 것을 알다.
● 여덟째 날
마을 어귀가 보인다. 새벽부터 준비한 공양물을 들고 문 앞을 나와 기다린다. 많은 집이 공양한다.
촛불만 있는 이곳, 자연스레 촛불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아니면, 불이 깜빡거리고 그을음이 생긴다. 불꽃이 높이 올라가 그을음이 생기면 심지의 2/3, 4/5 부분을 낚싯바늘처럼 구부려 쉽게 연소가 되어 불길이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을음도 없어진다. 촛농이 심하게 흐를 때도 심지를 1/2로 구부려 놓으면 천천히 탄다.
초가 굵고 심지 타는 속도가 느릴 땐 촛농이 자주 흐른다. 그럴 때도 심지를 동그랗게 안으로 휘감으면 촛농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꼭 껴안듯이 어둠을 밝힐 수 있다. (이처럼 자기의 중심부를 몰라서 엉뚱한 곳,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들을 껴안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촛농이 밖으로 안 흐르고 불길 또한 잔잔히 떨림 없이 고요히 빛을 발한다. 자기의 욕망을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은 서서히 심지를 태워야 촛농이 안 흐르듯 자기 자신을 조절해야 할 것이다.
몸은 마치 강처럼 유유히 흐르는 깨끗한 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집중력이 더 깊어지자 온몸은 빛나기 시작한다.
호흡이 멈춰진 것 같다.
우주와 내가 하나로 결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이 깊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빛난다.
수행을 통해 경험한 것들을 말로써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
● 아홉째 날
탁발 시 한 아낙이 공양 후 삼배 시 올려다본다.
왼쪽 엄지발가락에 피가 말라붙어 있다.
놀라지도 않은 표정이다. 맨밥이 맛있다. 콩 몇 알과 으쩍거리는 깨소금을 반찬으로 먹다.
초저녁!
배고프다. 다시 빗물 한 바가지를 들이키다.
한밤중!
온몸 속에는 셀 수 없는 입자들만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강물처럼 움직이고 변하고 흐르고 있다. 때때로 온몸 속에 세균이 떠도는 것을 보다. 단지 움직이는 입자들과 미생물만이 있기에 그것들을 보는 것이 고통이다. 입자들은 끊임없이 떨어지고 오르는 것을 반복한다. 끝없는 광경이다.
새벽!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두 가지 빛나는 광선이 있었고 곧, 그것들은 하나로 융합되었다. 눈을 감을 때까지 그것들은 계속되었다.
매우 깊은 물이다. 드넓은 바다다. 깨끗한 물이 내 위로 흐른다. 어둡고 고요한 한밤중에 혼자 있는 것 같다. 이내 온 우주가 깨끗하고 밝게 빛났다.
● 열흘째 날
탁발 동안 계속하여 비가 내린다. 옷이 무겁다.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와서 콩을 공양한다. 처음으로 발우가 가득 차다.
오직 무수한 빛나는 입자들만이 있다. 그것들은 움직이고 변하고 흐르고 있다. 끝이 없다. 오늘은 입자들이 더욱 투명하다. 마침내 그 결정체들은 점점 밝아지면서 밝게 빛났다. 계속해서 보고 있는 동안 그것들은 먼지 더미 속으로 모였다가 곧 사라졌다. 모든 것이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차분하고 잔잔하다. 오직 강한 빛만이 존재한다.
● 열 하루째 날
내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다.
놀랍게도 내 몸을 반복해서 보려 했으나 소용없다.
내가 미쳤을까!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사라진다.
인터뷰.
몸은 없다고 설명하시다. 오직 입자들의 더미만이 있다고 하신다.